“일부러 그러는 거지?” 고양이는 왜 책상 위 멀쩡한 물건을 툭 쳐서 떨어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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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 유리컵을 앞발로 툭 쳐서 떨어뜨리려는 장난기 넘치는 고양이의 모습, 고양이 문제 행동을 상징하는 이미지

악의일까 본능일까? 귀여운 파괴자들의 심리학

평화로운 오후, 갑자기 “와장창!” 하는 소리에 놀라 달려가 보면 깨진 컵 옆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앉아있는 고양이와 마주친 적 있으신가요? 책상이나 선반 위에 있는 물건을 앞발로 툭툭 건드리다 기어이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고양이의 행동. 집사들은 “나를 골탕 먹이려는 게 분명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행동에는 고양이만의 깊은 뜻(?)이 숨어 있습니다. 단순한 장난을 넘어선 고양이의 ‘중력 실험’, 그 뒤에 숨겨진 4가지 본능적 이유를 알아봅니다.


1. 사냥꾼의 DNA: “이거 살아있는 건가?”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야생 시절부터 내려온 **’사냥 본능’**입니다. 야생에서 고양이는 사냥감이 죽은 척하고 있는지, 아니면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앞발로 툭툭 건드려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만약 건드렸을 때 사냥감이 움찔하거나 도망가면(책상에서 물건이 떨어지면), 고양이는 그것을 쫓아가 잡으려는 사냥 모드에 돌입합니다. 즉, 책상 위의 볼펜이나 리모컨을 건드리는 것은 “너 움직일 수 있어? 살아있니?”라고 테스트해보는 사냥 놀이의 일환입니다.

2. 가장 확실한 관심 끌기 전략: “집사야, 나 좀 봐!”

고양이는 경험을 통해 학습하는 아주 영리한 동물입니다. 고양이가 깨달은 한 가지 사실은 **”물건을 떨어뜨리면 집사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에게 달려온다”**는 것입니다.

비록 집사가 달려와서 혼을 내거나 짜증을 내더라도, 고양이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준 것이 됩니다(부정적 관심도 관심이니까요). 특히 심심하거나 배가 고플 때, 집사가 스마트폰만 보고 있을 때, 물건을 떨어뜨리는 것은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집사를 소환하는 ‘벨’을 누르는 것과 같습니다.

3. 촉각적 호기심: 앞발로 세상을 배우는 중

사람은 손으로 물건을 만져서 질감이나 무게를 파악하지만, 고양이는 **’앞발바닥(젤리)’**이 그 역할을 합니다. 고양이의 앞발은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매우 예민한 감각 기관입니다.

새로운 물건이나 흥미로운 대상을 발견하면 앞발로 건드려보고, 밀어보고, 두드려보면서 이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려 합니다. 그러다 힘 조절 실패로 물건이 떨어지면, “아, 이 물건은 밀면 떨어지는구나”, “떨어질 때 이런 소리가 나는구나” 하고 학습하게 됩니다. 일종의 물리 공부를 하는 셈입니다.

4. 순수한 심심함: 소리가 나는 재미있는 장난감

실내에서 생활하는 집고양이들은 종종 무료함을 느낍니다. 이때 책상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물건은 아주 매력적인 장난감으로 보입니다.

툭 쳤을 때 바닥으로 떨어지며 구르는 모습, 그리고 바닥에 부딪힐 때 나는 경쾌한(?) 소리는 지루한 고양이에게 강렬한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줍니다. 집사에게는 테러지만, 고양이에게는 따분함을 달래주는 아주 재미있는 ‘혼자 놀기’ 게임입니다.


화내지 말고 환경을 바꿔주세요

고양이가 물건을 떨어뜨리는 것은 악의가 없는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혼을 내면 고양이는 왜 혼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집사를 무서워하게 될 뿐입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깨지기 쉬운 물건은 고양이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치워두는 ‘고양이 방지(Cat-proof)’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양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충분히 사냥 놀이를 해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임을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