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감옥이었다” 우리가 소유 대신 코리빙(Co-living)을 선택하는 사회학적 이유

0
54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이 공존하는 코리빙 하우스의 단면도, 현대적 주거 트렌드를 상징하는 이미지
Ad

닭장 같은 아파트, 그 속의 섬들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입니다. 성공의 척도는 ‘서울 신축 아파트 등기’였고, 우리는 그 목표를 위해 영혼을 갈아 넣어왔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비싼 집에 살면서 우리는 가장 외로워졌습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철저한 단절, 퇴근 후 넷플릭스와 배달 음식만이 친구인 고립된 삶. 이것이 우리가 꿈꾸던 성공일까요? 최근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소유(Possession)의 시대를 끝내고 접속(Access)과 공유의 삶인 **’코리빙(Co-living)’**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왜 그들은 프라이빗한 아파트를 버리고, 기꺼이 타인과 거실을 공유하기 시작했을까요?


1. 셰어하우스의 진화: ‘생존’이 아니라 ‘취향’이다

과거의 ‘셰어하우스’나 ‘하숙’이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을 같이 써야 하는 ‘생존형 주거’였다면, 지금의 코리빙은 완전히 다릅니다.

**코리빙(Co-living)**은 개인 공간(침실, 화장실)은 완벽하게 분리하되, 거실·주방·라운지·헬스장 같은 공용 공간을 호텔급으로 누리는 **’프리미엄 주거 형태’**입니다. 맹그로브, 에피소드 같은 대형 브랜드들이 주도하는 이 시장은 “좁은 방에 갇혀 사느니, 넓은 라운지에서 요가하고 일하겠다”는 MZ세대의 ‘가치 소비’ 트렌드를 정확히 조준했습니다. 그들은 월세를 아끼려고 코리빙에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기 위해 비싼 월세를 기꺼이 지불합니다.

2. 고립의 시대, ‘느슨한 연대’를 찾아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혼자 있고 싶지만(Privacy), 동시에 외롭기는 싫은(Community) 이중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전자를 충족시키지만 후자를 말살시켰습니다.

코리빙은 이 딜레마를 **’따로 또 같이’**라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하고, 공용 주방에서 같이 라면을 끓여 먹지만, 원하면 언제든 방으로 들어가 혼자가 될 수 있는 관계.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이 **’느슨한 연대(Loose Ties)’**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인간관계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혈연이나 지연이 아닌,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로 묶인 새로운 가족의 탄생입니다.

Ad
코리빙 하우스 공용 라운지에서 교류하는 청년들, 느슨한 연대와 공유 문화를 상징
“물리적 거리는 좁히고 심리적 거리는 존중하는 ‘느슨한 연대’, 코리빙이 제시하는 새로운 관계의 미학입니다.”

3. 집, 소유에서 ‘구독’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변화는 뚜렷합니다. 금리 인상과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은 청년들에게 “집을 소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좌절감을 주었지만, 역설적으로 **”굳이 소유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집을 구독하는 시대입니다. 보증금 부담 없이, 가전과 가구를 살 필요 없이, 풀옵션으로 세팅된 공간에 몸만 들어가 살다가 원하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유연함. 코리빙은 정주(Settlement)하지 않고 유목민(Nomad)처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최적화된 주거 모델입니다. 이제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는 오래된 격언이 비로소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4. 호텔 같은 편리함, 청소와 조식 서비스

바쁜 현대인에게 가사 노동은 큰 스트레스입니다. 코리빙 하우스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해 삶의 질을 높입니다.

[외부 링크 참조]: 글로벌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코리빙 입주자들이 가장 만족하는 요소 1위는 커뮤니티가 아닌 **’호텔식 서비스’**였습니다. 방 청소, 세탁물 수거, 조식 제공, 택배 보관 등 귀찮은 일을 대행해 줌으로써 입주자는 오롯이 자신의 일과 휴식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간을 돈으로 사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트렌드와도 일맥상통합니다.


💡 에디터’s Talk: 저는 외로워서 코리빙에 갑니다

저도 결혼 전 혼자 8년을 원룸에 살면서 지독한 외로움을 겪었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건 어둠뿐이었죠. 하지만 코리빙 하우스를 체험해 본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라운지에서 모르는 사람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나누는 짧은 스몰 토크가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더군요. 완벽한 고립보다는 적당한 소음이 있는 삶, 그것이 인간다운 삶 아닐까요?

(🔗 관련 글: 지친 일상 속, 나를 대접하는 또 다른 힐링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2030이 푹 빠진 ‘티 오마카세’ 열풍 이유] 보러 가기)

콘크리트 숲에서 사람의 숲으로

아파트는 우리의 자산을 불려주었지만, 마음은 가난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코리빙 트렌드는 단순한 주거 유행이 아닙니다. 단절된 도시에서 다시 ‘이웃’을 복원하려는, 인간 본성의 회귀 본능입니다.

Ad

댓글 남기기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