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밥 먹여주냐고?” 우리는 왜 쓸모없는 ‘예쁜 쓰레기’ 굿즈에 열광하는가? 수집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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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에 예쁘게 진열된 다양한 캐릭터 굿즈와 텀블러 컬렉션, 굿즈 수집 취미와 디깅 소비를 상징하는 이미지

스타벅스 텀블러부터 아이돌 포토카드까지, 덕질이 경제를 움직인다

새벽부터 스타벅스 앞에는 한정판 텀블러를 사려는 줄이 늘어서고, 영화관 매점은 팝콘보다 캐릭터 피규어가 달린 콤보 세트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그저 비싸고 쓸모없는 플라스틱 조각, 일명 **’예쁜 쓰레기’**로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MZ세대에게 굿즈(Goods)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증명하는 **’트로피’**이자 삶의 활력소입니다. 불황에도 지갑을 열게 만드는 굿즈 수집 열풍, 그 강력한 심리 기제 4가지를 파헤쳐 봅니다.


1. 파노플리 효과: “이걸 사면 나도 그들과 같아진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말한 **’파노플리 효과(Panoplie Effect)’**는 특정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그 물건을 사용하는 집단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키링이나 좋아하는 아이돌의 굿즈를 사는 이유는, 그 브랜드가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나 그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무리(Community)**에 소속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입니다. 굿즈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신분증’**이자 ‘소속감의 징표’ 역할을 합니다.

2. 디드로 효과: “하나로는 부족해, 세트를 완성하라”

굿즈 수집의 무서운 점은 하나를 사면 멈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물건을 사면 그와 어울리는 다른 물건들을 계속 구매하게 되는 심리를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고 합니다.

[외부 링크 참조]: 18세기 철학자 드니 디드로가 새 가운을 선물 받은 뒤 그에 맞춰 책상, 의자, 방 전체를 바꿨다는 일화에서 유래했습니다. 마케터들은 이 심리를 이용하여 캐릭터별로, 색깔별로, 시즌별로 끊임없이 시리즈 굿즈를 출시합니다. 수집가는 빈 공간을 채워 ‘세트(Set)’를 완성하고 싶은 심리적 압박감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때문에 지갑을 계속 열게 됩니다.

3. 희소성의 가치: 한정판이 주는 짜릿함

“오늘 아니면 못 사요”, “시즌 한정 판매”라는 말은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굿즈는 대부분 한정된 기간, 한정된 수량만 판매하기 때문에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불안감(FOMO)을 자극합니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한정판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우월감성취감은 굿즈 수집의 가장 큰 동력입니다. 또한, 희소한 굿즈는 나중에 더 비싼 가격에 되팔 수 있는 ‘리셀 테크(Resell-Tech)’의 수단이 되기도 하여, 소비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4. 디깅 모멘텀: 몰입이 주는 확실한 행복

최근 트렌드인 **’디깅(Digging)’**은 채굴하듯 자신의 관심사를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말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와 팍팍한 현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귀여운 캐릭터나 아티스트의 굿즈를 모으고 정리하는 시간만큼은 확실한 행복통제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굿즈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시간은 복잡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소중한 힐링 타임입니다.


💡 에디터’s Talk: 5만 원짜리 행복

제 책상 위에도 각종 브랜드의 머그컵과 피규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돈이면 밥이 몇 끼냐”고 하지만, 야근하다가 그 귀여운 피규어와 눈이 마주쳤을 때 얻는 **’마음의 평화’**는 밥보다 더 큰 에너지를 줍니다. 삭막한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작은 사치, 그것이 굿즈의 진짜 쓸모 아닐까요?

(🔗 관련 글: 굿즈 사려고 새벽부터 줄 서는 심리가 궁금하다면? [오픈런의 심리학: 희소성의 법칙] 보러 가기)

취향 소비는 죄가 없다

쓸모없어 보여도 괜찮습니다. 그것을 샀을 때 당신이 행복했다면, 그 물건은 이미 제 몫을 다한 것입니다. 굿즈 수집은 낭비가 아니라, 내 취향을 탐구하고 나만의 작은 우주를 만들어가는 건전하고 즐거운 취미 생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