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는 품고 ‘뉴스’는 뱉었다, 스트리밍 제국의 소름 돋는 생존 계산법
2025년 12월, 미디어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빅딜이 성사되었습니다. 넷플릭스(Netflix)가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를 약 827억 달러(한화 약 106조 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과 ‘해리 포터’, ‘배트맨’을 한집 살림으로 합치며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국을 완성했습니다. 그런데 이 세기의 딜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워너의 알짜배기 자산 중 하나인 보도 채널 **’CNN’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Spin-off)**했다는 사실입니다. 다들 덩치를 키우기 바쁜데, 넷플릭스는 왜 뉴스 권력을 스스로 포기했을까요? 그 뒤에 숨겨진 냉혹한 비즈니스 전략을 해부합니다.
1. “우리는 꿈을 판다” 넷플릭스의 정체성 수호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창업 초기부터 **”우리의 경쟁자는 잠(Sleep)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본질은 현실을 잊게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오락)’**와 **’도피처(Escapism)’**입니다.
반면, CNN 뉴스는 전쟁, 정치, 재난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논쟁적인 이슈를 다룹니다. 사용자가 넷플릭스를 켜는 이유는 즐거움을 위해서지, 골치 아픈 뉴스를 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자신의 플랫폼이 **’정치색’**이나 **’현실의 갈등’**으로 오염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CNN을 품는 순간 넷플릭스는 ‘즐거움의 공간’에서 ‘논쟁의 공간’으로 변질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2. ‘독이 든 성배’ 규제 당국의 칼날 피하기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반독점법 규제입니다. 이미 거대 공룡인 넷플릭스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까지 삼키는 것에 대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여기에 여론을 좌우하는 ‘언론사(CNN)’까지 소유한다면? 이는 독과점을 넘어 **’언론 통제’**의 우려를 낳아 인수 승인이 거부될 확률이 99%입니다. 넷플릭스는 알짜배기 IP(지식재산권)를 안전하게 먹기 위해, 규제 당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뉴스’라는 꼬리를 과감하게 잘라내는 **’전략적 후퇴’**를 선택한 것입니다.
3. 돈이 안 되는 뉴스, 황금알을 낳는 IP
철저한 자본 논리로 봐도 답은 명확합니다. 워너브라더스의 ‘해리 포터’나 ‘DC 코믹스’는 한 번 만들어두면 수십 년간 굿즈, 테마파크, 게임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에버그린(Evergreen) 콘텐츠’**입니다.
반면 뉴스는 유통기한이 하루도 안 되는 **’휘발성 콘텐츠’**입니다. 막대한 취재 비용과 유지비가 들지만, 재시청 가치는 거의 없습니다. 구독자 유치와 유지(Retention)가 지상 과제인 넷플릭스 입장에서, 뉴스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사업일 뿐입니다. 넷플릭스는 ‘덩치’보다 ‘알맹이’를 택했습니다.
4. 스트리밍 전쟁의 종결: 디즈니를 넘어서다
CNN을 버리고 가벼워진 넷플릭스는 이제 워너의 막강한 라이브러리를 등에 업고 디즈니(Disney+)를 정조준합니다. HBO의 고품격 드라마와 워너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넷플릭스 알고리즘과 만났을 때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제 소비자는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해리 포터 보려면 어디 가야 해?”라는 질문의 답이 “넷플릭스”로 통일되었으니까요. 이번 인수는 춘추전국시대 같았던 OTT 시장이 ‘절대 1강’ 체제로 재편됨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 에디터’s Talk: 선택과 집중의 미학
넷플릭스의 이번 결정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안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을 떠올리게 합니다. 세계 최고의 미디어 기업조차 자신의 본질(엔터테인먼트)을 지키기 위해 뉴스라는 거대한 권력을 포기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업 뉴스가 아닙니다. ‘나 다움’을 지키는 것이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임을 보여주는 경영학 교과서 같은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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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유니버스,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우리는 넷플릭스에서 호그와트 입학통지서를 받고, 고담 시티의 배트맨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뉴스를 버리고 환상을 택한 넷플릭스의 도박, 과연 우리를 얼마나 더 놀라운 세계로 데려갈지 기대해 봅니다.


























